공대생이 만든 글쓰기 앱 ‘씀’… 하루 두 번, 글감 배달합니다

입력 2017-09-04 15:46   수정 2017-09-06 09:21


[읽고 쓰는 남자들] 






△ 왼쪽부터 이윤재, 이지형 씨 (사진 = 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오전 7시와 오후 7시, 하루 두 번 ‘글감’이 스마트폰으로 배달된다. ‘차이점’, ‘낯설다’, ‘현관’ 등의 글감을 받아든 사용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풀어낸다. 댓글, 하트 꾹 누르기 등 타인의 평가는 사절이다. 소란스럽고 바쁘게 울려대는 스마트폰 속에서 글쓰기 앱 ‘씀’은 잠시나마 고요한 휴식을 전한다.   

지난 2015년 출시된 글쓰기 앱 ‘씀’은 사용자에게 하루 두 번 글감을 전달한다. 사용자들은 글감에 맞는 글을 앱 안에서 작성할 수 있고, 작성된 글은 다른 사용자에게도 공개할 수 있다. 하루 이용자가 1만 6000명에 달하고, 누적 사용자는 약 70만 명이다. 지난해에는 ‘Google Play 2016 올해를 빛낸 가장 아름다운 앱’에도 선정됐다. 



△ 하루 두 번 배달되는 글감. 글감과 함께 책 속의 좋은 글귀로 함께 볼 수 있다. ('씀' 캡처)

취미가 ‘읽고 쓰기’인 공대생, 글쓰기 앱 만들다 

‘씀’을 만든 이들은 글쓰기와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대생이다. 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윤재(27·유니스트 디자인 4) 씨와 이지형(24·유니스트 컴퓨터공학 3) 씨는 학교 공부 말고 딴짓거리를 찾던 중 ‘앱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됐고 공통의 관심사였던 ‘글쓰기’에 주목했다. 

“대학 1학년 때 처음 만났어요. 전공이 겹치다 보니 같이 하는 일이 많았죠. 룸메이트 생활도 2년 넘게 같이 했고요. 학교 공부 말고 딴짓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앱 개발’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죠.”(이지형) 

한창 창업 붐이 일던 시기, 두 공대생은 교내 창업 관련 프로젝트팀에 소속돼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할 좋은 기회였으나, 어쩐지 마음 한구석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창업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크리에이팅을 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고, 저는 디자인, 지형이는 개발을 하니 ‘앱’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이윤재)

두 남자는 ‘우리가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앱 개발’이라는 목표를 정했다. 이제 어떤 앱을 만드느냐를 결정할 시간. 두 공대생은 ‘우리의 공통 관심사가 무엇일까’를 고민했고, 몇 날 며칠의 회의 끝에 ‘글쓰기’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공대생은 책을 읽지 않는다’, ‘공대생은 글을 못 쓴다’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취미는 책읽기다. 둘 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글도 자주 끼적이는 편이다. 이윤재 씨는 교내에서 작가를 초청하는 강연이 있으면 일부러 찾아가 듣기도 하고, 최근에는 시인과 함께하는 시 모임에도 참여했다. 이지형 씨는 매 월 10권 이상의 책을 구입하는 독서광. 1~2주에 한 번씩 서점에 방문해 관심 가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고르는 것이 그의 취미다. 

“평소 글도 자주 쓰는 편이었죠. 일기라기보다는 생각을 남기는 용도로요. 글로 쓰지 않으면 생각의 매듭이 지어지지 않더라고요. 지형이는 자신의 경험을 수기로 쓰기도 하고요.”(이윤재)

거창한 글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고 싶을 때 이들은 SNS나 개인 블로그, 공책 등을 찾았다. 하지만 모두 2%의 부족함이 있었다. 공책 등의 종이는 매번 챙겨 다니기가 불편했고, SNS 등의 공간은 지인들에게 오픈된 공간이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머뭇거려졌다.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글을 쓰는 곳은 SNS가 대부분인데, 개인적인 글은 거의 쓰지 않잖아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니까요. 스마트폰 안에 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이지형)



△ 왼쪽부터 이지형, 이윤재 씨 (사진 = 김기남 기자)


‘1000명 올까’ 반신반의하며 만든 앱, 입소문 타고 70만 명 가입 

‘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며 두 남자는 1000명 사용자를 목표로 했다. 사실 그것도 많은 숫자라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에 익숙하고, 글을 쓰기보다는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SNS 친구들에게만 ‘우리가 이런 걸 만들었다’고 알렸죠. 그 친구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예상 못 했던 인기였죠. 개발 후 얼마 안 돼 한꺼번에 500명이 접속하면서 서버가 불안정해져 7~8번을 연달아 업데이트했어요. 개발하는 과정에서 둘이 ‘혹시 1만 명이 모이면 어떡하지’라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분홍색으로 염색한다고 했고, 지형이는 삭발한다고 했었죠.(웃음) 정말 순식간에 1~2만 명이 사용자로 등록했고, 너무 바빠져서 염색과 삭발은 하지 못했어요.”(이윤재)

‘씀’ 사용자는 중학생부터 50대 중년층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가장 많다. 일기를 쓰듯 자신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글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사용자들이 만족해하는 부분은 하루 두 번 제시되는 글감이다. 씀은 하루를 시작하는 오전 7시와 하루를 마감하는 오후 7시에 각기 다른 글감을 공개한다. 여기에 맞춰 사용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 등을 자유롭게 작성하면 된다. 

글감은 두 공대생이 매일매일 고민해 찾아낸다. 특정한 직업군이나 연령대만 알 수 있는 소재는 피하고, 가능한 관념적이고 포괄적인 것을 제시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글을 써 내려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제시된 글감과 관련된 글을 작성하고, 공개된 글은 다른 사용자가 읽을 수 있다. ('씀' 캡처)


글감을 공개할 때는 책 속의 한 문장을 함께 소개한다. 직접 읽은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담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찾은 글귀를 넣을 때도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좋은 글이라며 직접 제보를 해주는 경우도 많다. 

“사용자분들의 반응에 정말 감사드려요.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는 분들은 정말 좋은 분들만 계신 것 같아요. 다른 앱의 리뷰를 보면 불평이나 욕도 많은데, 저희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이런 부분이 아쉽네요’ 정도로만 조언해주시죠.”(이지형)

이들은 출판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꾸준히 ‘씀’ 안에서 글을 써온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모아 개인 출판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글을 책으로 담고 싶은 니즈가 있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죠. 한 번에 최소 50~100권 이상 대량으로만 출판이 가능하거든요. 저희는 1~20권 정도 소량으로 인쇄해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에요. 인쇄소와 협업을 준비했고, 2~3주 내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현재까지는 수익 모델이 없었지만, 개인 출판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키울 생각이죠. ‘씀’을 통해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책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이윤재)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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